공습경보! 공습경보!
무슨 공습경보냐고? 바로 우리의 커리어를 폭격할 준비를 마친 Open AI를 필두로한 AI 폭격전대의 공습경보이다
이것은 단순한 호들갑이 아니다. 전문가피셜 AI 시대에 대체될 직종 리스트를 비웃기라도 하듯
파이프라인 메인터넌스 스페셜리스트 (배관공ㅎ)과 같은 백두혈통 블루 칼라 형님들을 제외한 나약하디 나약한 화잍 칼라 직장인들은 하루를 멀다하고 베어져 가는중이다
그렇다면 Demand Planner들은 (이하 DP) 들은 어떨까? 과연 DP들은 AI 공습에서 살아남기가 가능할까?
먼저 전통적인 DP의 JD를 살펴보자 아마 대부분의 실제 공고도 비슷할것이라 생각된다
[주요 책임]
수요 예측 및 계획 수립
과거 판매 데이터 기반 주간·월간 수요 예측
계절성, 프로모션, 마케팅 계획 반영
재고 및 공급 계획 관리
안전재고 수준 설정 및 재고 최적화
발주 계획 및 생산 일정 조율
데이터 수집 및 분석
판매·생산·재고 데이터를 통합
예측 정확성 분석 및 보고
리포트 작성 및 공유
영업·물류·재무 부서와 예측·재고 현황 공유
KPI 및 예측 오차 보고
운영 지원 및 문제 해결
공급 부족, 재고 과잉 등 문제 발생 시 대응
ERP·WMS 시스템 내 데이터 관리
[필수 역량]
수요 예측 및 재고 관리 경험
Excel, ERP, BI 등 데이터 분석 툴 활용 능력
기본 통계·분석 역량
팀 간 커뮤니케이션 능력
음.......
주요 책임과 필수 역량 하나하나가 AI가 압도하는 능력 뿐이다
나약한 인간이 그나마 백번 천만 만번 이해해줘서 어필할거리곤... 팀간 커뮤니케이션 능력...?
그러나 당연히 팀회식 메뉴도 제대로 못고르는 인간주제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있을리가 만무하다
엑셀의 신이라 불리던 김과장도 파이썬 공부했다고 자동화 깨작대던 김대리도 AI 앞에선 한낱 범부에 불과하다
시계열 분석이니 회귀 분석이니 하는 소위 있어보이는 통계 지식들도 그저 AI 앞에선 메이플스토리에서 극악의 확률에 베팅하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멍청한 인간으로 정리가 된다
필자는 로켓배송을 하는 쿠X이라는 회사에서 DP직군으로 근무를 한 이력이 있다
당시 사내에서 DP 직군은 AI 시대가 오기 전부터 점차 축소되는 추세였고 다른 역할을 부여 받거나 직무 변경을 하는 케이스가 많았다
DP가 하는 각종 대시보드를 만드는 기술과 통계 분석은 급변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이전만큼의 중요도가 떨어지며 의미를 잃어가기 시작했고 DP보다 더 뛰어난 데이터 분석 직군에게 기회를 빼앗기기 시작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것이 내가 퇴사를 한 이유이기도 했다
DP가 참으로 애매한 포지션이 되어버린것이다
영업을 잘하나요? 아니요
마케팅을 잘하나요? 아니요
재고관리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나요? 아니요
매출분석과 비용분석 같은 재무분석에 강점이 있나요? 아니요
급변하는 물류산업에서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와 같은 특이 경험이 있나요? 아니요
빠르게 변하는 시장 트렌드를 읽어내고 데이터를 통한 인사이트를 도출하여 미래를 기획하는 기획력이 있나요? 아니요
그럼 복잡한 이해관계속에서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고 지속적인 비지니스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각종 구성원들과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가요? .... 아니요
그렇다... DP는 아주 애매르송한 포지션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DP는 그 시절 전화 교환수와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
미래는 아무도 알수 없지만 고3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으로 대 AI전 DP대대의 전투준비 태세를 생각해 보았다
우선 DP의 약점들을 보완하는것은 포기했다 그것들은 절대 AI 대비 우위를 가져갈수 없고 다른 신규 직군들 (데이터 직군 등) 대비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었다
차라리 강점을 가지고 엣지 포인트를 가져가는것이 훨씬 좋지 않을까?
그럼 DP의 강점이 무엇일까.........?

다음 시간까지 알아오겠다......는 아니고
DP의 강점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될것 같다
1. 구성원간 조율 능력
2. 회사의 전략을 토대로한 스토리텔링 능력
각 강점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보자면
1. 구성원간 조율 능력 - 일명 "전쟁터의 중재자"
자 그렇다면 첫번째 강점인 구성원간 조율 능력에 대해 살펴보자
(대충 이게 뭔 개소리야 짤 있다고 치고)
맞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조율 능력은 엄연히 다르다
커뮤니케이션이 "말을 잘하는 능력"이라면
조율 능력은 "말 안통하는 사람들끼리 어떻게든 일을 굴러가게 만드는 능력"이다
실제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보자
영업팀은 "이번달 목표 달성해야하니까 재고 풀로 때려박아주세요"
구매팀은 "발주 리드타임 8주인데 다음달까지 물량 늘리라고? 미쳤어요?(negative)"
마케팅팀은 "다음주 타임딜이에요 재고 준비 해주세요 안된다구요? 일단 해주세요"
물류팀은 "창고 터지는데 재고 더 넣으면 우리 파업합니다"
이 아비규환 속에서 DP는 무엇을 하는가?
바로 "현실적으로 뭐가 가능한지" 찾아내는 것이다
AI한테 이 상황 처리해보라고 해봐라
ChatGPT는 "모든 부서의 니즈를 고려한 최적화 솔루션을 제안합니다" 따위의 지루하고 현학적인 답변만 뱉어낼것이다
하지만 DP는 안다
김과장이 술먹고 했던 "사실 창고에 공간 좀 있긴 해요" 라는 말을
이대리가 퇴근길에 흘렸던 "다음주 프로모션 물량 생각보다 적을수도..." 라는 힌트를
박부장이 커피 마시며 던진 "이번주는 좀 봐줄게" 라는 시그널을
이게 바로 DP의 진짜 가치다
데이터가 아니라 "사람"을 읽는 능력
수치가 아니라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
그리고 그 맥락 속에서 "실행 가능한 타협점"을 찾아내는 능력
AI는 데이터를 완벽하게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김부장이 오늘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는 모른다
영업팀과 물류팀이 지난달에 무슨 일로 사이가 틀어졌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번 분기 실적이 안좋아서 구매팀장이 보수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정치적 배경도 모른다
DP는 이 모든걸 안다 (아니 알아야만 한다)
그리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수학적 최적해"가 아닌 "현실적 차선책"을 만들어낸다
2. 회사의 전략을 토대로한 스토리텔링 능력 - 일명 "숫자에 옷 입히기"
두번째 강점은 조율 능력을 기반으로한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DP는 숫자를 가지고 컨텐츠를 팔아먹어야 한다
데이터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대비 매출 15% 상승, 전년 동기 대비 8% 하락"이라는 팩트를 제시한다
훌륭하다 정확하다 아름답다 현학적이다
그렇지만 DP는 여기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DP는 데이터만 보는게 아니라 조직의 이해관계를 읽는다
영업팀: 분기 목표 달성 압박 → 지금 당장 매출이 필요함
마케팅팀: 제대로 된 캠페인 성과 내고 싶음 → 떨이 프로모션은 이제 그만
물류팀: 작년 한번에 물량 폭탄 맞은 트라우마 → 창고 운영 좀 숨통 트이게 해줘
구매팀: 다음 분기 신제품 론칭 일정 압박 → 원자재 창고 공간 확보 시급
재무팀: 이번 분기 수익성 평가 → 매출보다 마진율이 중요함
DP는 이 모든 파편화된 이야기들을 조합한다
그리고 하나의 완성된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지난달 대비 매출이 15% 올랐습니다. 하지만 작년보다 8% 낮죠. 작년엔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단기 매출은 높았지만 과도한 입고로 물류팀이 창고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후 급격한 재고 소진으로 품절 사태와 CS 비용 급증이라는 악순환이 있었습니다. 올해는 재고 수준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면서 마진율 12% 개선을 달성했고, 이는 다음 분기 신제품 입고를 위한 창고 공간 확보와 현금흐름 관리라는 회사 전략에도 부합합니다."
이건 단순히 숫자를 분석한게 아니다 S&OP 미팅을 통해 얻어낸 이야기 조각들을
회사의 큰 그림 안에서 하나의 내러티브로 엮어낸 것이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S&OP 미팅은 참석 하지 못한다 (미래엔 할수도...)
DP는 이렇게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그걸 데이터와 엮어서 설득력있는 스토리로 만들어낸다
그래서 경영진에게는 "숫자 뒤에 숨은 맥락"을 보여주고
영업팀에게는 "왜 작년 방식이 안되는지"를 납득시키고
구매팀에게는 "지금 왜 이렇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이해시킨다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도 각 부서가 던진 이야기 조각들을 조합해서
누군가에게는 "위기 신호"로
누군가에게는 "기회 포착"으로
누군가에게는 "전략 수정의 근거"로 포장해낼 수 있는 능력
이게 바로 AI가 (아직은)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다
AI는 데이터를 분석하지만
DP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스토리를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모르겠다 (네이버 블로그식 마무리...)
AI의 발전 속도를 보면 언제 이것마저 대체될지 장담할 수 없다
어쩌면 GPT-17쯤 되면 "김부장 오늘 기분 좋아보이네요, 지금이 예산 승인 받을 타이밍입니다"라고 알려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은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는
DP에게도 살아남을 구멍이 있다 우리의 무기는 데이터가 아니라 "맥락"이다. 알고리즘이 아니라 "관계"다. 예측 모델이 아니라 "현실 감각"이다
AI가 아무리 완벽한 수요 예측을 내놔도 결국 그걸 실행에 옮기려면 사람을 움직여야 한다 사람을 움직이려면 설득해야 한다
설득하려면 그 사람의 상황과 이해관계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게 바로 우리가 해온 일이다
그러니 엑셀 매크로 공부 그만하고, 파이썬 강의 결제하지 말고 (어차피 AI가 더 잘한다)
대신 오늘 점심때 옆팀 김대리랑 밥이나 먹으러 가라 그리고 김대리가 요즘 무슨 고민하는지 들어줘라
커피 한잔 하면서 박부장이 다음 분기에 뭘 준비하는지 슬쩍 캐물어봐라
이렇게 써두니 뭔가 거창하고 초인싸에 능력자 같아 보이는데 그걸 지향하는것은 아니다
이것은 단순한 DP 생존 전략이다
이것이 AI 시대에도 여전히 월급 받는 DP로 살아남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배관공 형님들이 "어이 김씨 이쪽으로 와서 렌치나 돌려"라고 할 때까진 말이다!
근데 그것도 킹쁘지 않을수도...?
(배관공 평균 연봉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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